
폭격은 공장을 무너뜨렸지만, 생산을 끝내지는 못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미국과 중동의 관계 당국자들을 인용해, 이란이 전쟁 전에 비축해 둔 부품으로 지하 시설에서 탄도미사일 조립을 재개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국방부는 이란의 미사일·무인기 산업 기반 대부분을 파괴했다는 입장이다. 두 진술은 정면으로 부딪친다. 그 사이에서 드러나는 것은 하나다. 땅 위의 표적은 지울 수 있어도, 땅 밑으로 내려간 산업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다.
2026년 2월 28일 시작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에서, 워싱턴이 내건 목표 가운데 하나는 이란의 재래식 미사일 능력을 지우는 것이었다. 개전 초기부터 미사일 기지와 생산 설비에 폭격이 집중됐다. 이란의 대응은 위로 맞서는 대신 아래로 내려가는 쪽이었다. 발사대와 저장고, 조립 라인과 지휘 시설을 산 밑과 지하 깊은 곳에 나눠 배치했다. 한 번의 폭격으로 무너지지 않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0일 미국과 중동의 관계 당국자들을 인용해, 이란이 지하 시설에서 탄도미사일 조립을 재개했다고 보도했다. 위성 영상과 정보 자료를 근거로 삼았다. 새로 만드는 미사일은 전쟁 전에 쌓아 둔 부품을 조립한 것이며, 발사 직전 연료를 주입하는 액체연료형과 저장한 채로 쏠 수 있는 고체연료형이 모두 포함됐다. 정보 당국이 활동을 포착한 곳 가운데는 테헤란 남동쪽의 호지르 미사일 단지가 있다. 이란은 재공격을 피하려 새로운 지하 조립 거점 건설도 시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생산량은 전쟁 전에 크게 못 미친다.
워싱턴의 설명은 결이 다르다. 펜타곤 대변인 션 파넬은 미군이 이란의 무인기·탄도미사일·해군 산업 기반의 약 90퍼센트를 파괴했으며, 발사 능력도 현저히 약화됐다고 밝혔다. 중부사령부가 수천 기의 무인기와 미사일을 요격했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번 보도는 그 평가에 균열을 낸다. 저널은 재개된 생산이 미사일 프로그램을 완전히 걷어 내는 일의 어려움을 드러낸다고 짚었다. 이란 당국의 공식 확인은 나오지 않았다.
같은 날 예멘에서는 후티가 홍해의 모카항을 장악했다. 전선은 넓어지고, 무기 공장은 지하로 내려간다. 폭격은 건물을 부술 수 있다. 그러나 설계도와 숙련된 손, 그리고 창고에 남은 부품까지 태우지는 못한다. 전쟁이 겨눈 것이 능력이라면, 남은 것은 의지다. 그 의지는 지도 위에 표적으로 찍히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