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철학수업 - 5. 고난 앞에서 하나님을 묻다

믿음은 고통의 질문을 금지하지 않는다

자유의지로 악은 어디까지 설명될 수 있는가

욥기는 고난의 이유보다 인간의 한계를 드러낸다

고난의 폐허 한가운데 앉은 한 사람이 어둠을 가르고 비치는 빛을 바라보는 모습은, 설명되지 않는 고통 속에서도 선한 하나님을 향한 질문과 희망을 놓지 않는 신앙을 상징한다.

5. 고난 앞에서 하나님을 묻다

 

 

 

전쟁으로 아이가 죽는다.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이 암에 걸린다. 지진과 홍수가 한순간에 수많은 삶을 무너뜨린다. 폭력의 피해자는 평생 상처를 안고 사는데 가해자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살아가기도 한다. 이런 현실 앞에서 “하나님은 선하시다”는 고백은 쉽게 발음하기 어려워진다.

 

철학은 이 질문을 ‘악의 문제’라고 부른다. 전능하고 전지하며 완전히 선한 하나님이 존재한다면 왜 악과 고통이 존재하는가를 묻는 문제다. 현대 종교철학에서는 대체로 두 층위를 구분한다. 하나는 하나님과 악의 존재가 아예 논리적으로 양립할 수 없다는 ‘논리적 악의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세상에 존재하는 고통의 양과 심각성을 볼 때 선한 하나님의 존재가 과연 개연적인가를 묻는 ‘증거적 악의 문제’다.

 

이 질문은 단순한 철학 퀴즈가 아니다. 장례식장과 병실에서, 재난 현장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밤에 다시 등장한다. 그래서 악의 문제를 다룰 때 가장 먼저 경계해야 할 것은 ‘정답을 너무 빨리 말하는 태도’다. 설명이 고통보다 먼저 도착하면 신학은 사람을 살리는 언어가 아니라 사람의 입을 막는 언어가 될 수 있다.

 

신앙 공동체에는 때때로 질문을 불신으로 오해하는 경향이 있다. “믿음이 부족해서 그런 생각을 한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뜻이니 묻지 말라”, “기도하면 알게 된다”는 말은 선의에서 시작될 수 있다. 그러나 고통받는 사람에게 이런 말은 자신의 슬픔조차 정당하게 말할 수 없게 만드는 두 번째 상처가 되기도 한다.

 

성경의 욥기는 이런 단순한 신앙 공식을 정면에서 흔든다. 욥의 친구들은 고난에는 반드시 죄라는 원인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고난을 보며 먼저 피해자의 잘못을 찾는다. 그러나 욥은 자신의 고난을 단순한 인과응보로 설명할 수 없다고 항변한다. 예일대 성서연구 자료 역시 욥의 친구들이 증거 없이 욥의 죄를 전제하는 반면, 욥은 자신의 고통을 숨기지 않고 하나님께 직접 호소한다고 설명한다.

 

더 놀라운 것은 하나님이 마지막에 등장해도 욥이 가장 알고 싶어 했던 질문, 곧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습니까”에 명쾌한 원인 설명을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욥기 38~41장의 폭풍 가운데서의 말씀은 인간의 시야가 세계 전체를 포괄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이것은 “인간은 모르니 입을 다물어야 한다”는 뜻과 다르다. 욥은 침묵하지 않았다. 그는 울었고, 항의했고, 따졌고, 하나님을 불러냈다. 성경은 그의 거친 질문을 삭제하지 않았다. 오히려 질문하는 인간을 성경 한가운데 남겨두었다.

 

그렇다면 의심과 질문은 반드시 믿음의 반대말이 아니다. 때로 질문은 우리가 믿는 하나님이 정말 선한 분인지 끝까지 확인하려는 신앙의 몸부림이다. 아무 질문도 하지 않는 확신보다 하나님을 향해 울부짖는 욥의 질문이 더 깊은 신앙일 수 있다.

 

악의 문제에 대한 가장 유명한 철학적 응답 가운데 하나는 ‘자유의지 변론’이다. 현대 철학자 알빈 플랜팅가는 도덕적으로 의미 있는 자유를 가진 존재를 창조한다는 것은 그 존재가 선뿐 아니라 악을 선택할 가능성까지 갖는 것이라고 논증했다. 하나님이 인간에게 자유를 주면서 동시에 모든 선택을 강제로 선하게 만든다면, 그것은 같은 의미에서의 도덕적 자유가 아니게 된다는 것이다.

 

이 논변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적어도 “선한 하나님이 존재한다”와 “인간이 악을 행한다”는 두 명제가 반드시 논리적으로 모순되는 것은 아니라는 가능성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유의지로 모든 고통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전쟁, 살인, 착취, 차별처럼 인간의 결정에서 생기는 ‘도덕적 악’에는 어느 정도 적용될 수 있지만, 지진·홍수·암·유전질환·전염병과 같은 ‘자연적 악’은 그대로 남는다. 또한 하나님이 인간의 자유를 존중한다고 하더라도 왜 어떤 사람의 자유가 다른 사람의 생명과 존엄을 파괴할 정도까지 허용되어야 하는가라는 물음도 계속된다. 철학적 논쟁에서도 자유의지 변론이 자연적 악과 극심한 피해의 문제를 충분히 설명하는지는 여전히 중요한 쟁점이다.

 

존 힉이 발전시킨 ‘영혼 형성’ 신정론은 또 다른 답을 제시한다. 인간은 완성된 존재로 태어난 것이 아니라 시련과 선택을 통과하면서 용기·인내·사랑·책임 같은 덕을 형성해 간다는 관점이다. 고난이 전혀 없는 세계에서는 이런 성숙 역시 가능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 주장에도 위험이 있다. 모든 고통이 사람을 성숙시키는 것은 아니다. 어떤 고통은 사람을 성장시키기보다 무너뜨린다. 특히 어린아이의 죽음, 집단학살, 심각한 질병, 오랜 세월 이어진 동물의 고통까지 “더 좋은 영혼을 만들기 위한 교육”이라고 설명한다면 피해자의 고통을 하나님의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바꾸는 문제가 생긴다. 스탠퍼드 철학백과 역시 영혼 형성론이 끔찍한 고통과 어린이·동물의 고통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소개한다.

 

따라서 신정론은 겸손해야 한다. 하나님을 논리적으로 변호하는 것과 어떤 개인이 왜 그런 고통을 겪어야 했는지를 설명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기독교 역사에서 악에 대한 또 하나의 중요한 설명은 아우구스티누스에게서 발견된다. 그는 악을 하나님이 창조한 독립적인 실체로 보기보다 선이 훼손되거나 결핍된 상태로 이해했다. 존재하는 것은 창조된 만큼 선하지만, 마땅히 있어야 할 선이 사라지거나 왜곡될 때 악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 생각은 “하나님이 악을 창조했는가”라는 질문에 철학적으로 중요한 답을 주었다. 그러나 이것 역시 “왜 하나님이 그런 결핍과 파괴를 허용하는가”라는 더 깊은 질문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한다.

 

성경 자체도 모든 고난을 하나의 공식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어떤 고난은 인간의 욕망과 폭력에서 비롯되고, 어떤 고난은 자연세계의 조건 속에서 일어나며, 어떤 고난은 인간이 끝내 이유를 알 수 없는 영역에 남는다.

 

문제는 신앙이 이 복잡성을 견디지 못하고 모든 고통에 즉시 뜻을 붙이려 할 때 발생한다. “하나님이 더 큰 복을 주시려고 그러셨다”, “당신을 강하게 만들기 위한 시련이다”, “숨은 죄를 깨닫게 하려는 것이다”라는 말은 설명하는 사람에게는 위로처럼 들릴 수 있지만 정작 고통받는 사람에게는 잔인한 말이 될 수 있다.

 

욥의 친구들이 실패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들은 하나님을 변호하려고 했지만 그 과정에서 욥을 정죄했다. 고난의 의미를 안다고 확신하는 순간, 그들은 고난받는 사람의 이야기를 더 이상 들을 필요가 없었다.

 

따라서 고난 앞에서 가장 신앙적인 행동은 가장 정확한 해설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말없이 곁에 머무는 것일 수 있다. 설명할 수 없는 고통 앞에서는 해석보다 애도가 먼저이고, 교리보다 연대가 먼저다.

 

기독교가 악의 문제 앞에 내놓는 가장 독특한 상징은 십자가다. 그러나 십자가도 “악은 왜 존재하는가”라는 철학적 문제를 수학 공식처럼 풀어주지는 않는다.

 

십자가가 말하는 것은 다른 차원에 있다. 하나님이 인간의 고통을 멀리서 관찰하는 존재로만 머물지 않는다는 신앙 고백이다. 기독교 신앙은 예수의 십자가에서 하나님이 폭력과 버림받음, 죽음의 자리 안으로 들어왔다고 고백한다.

 

그러므로 십자가를 “당신의 고통에도 모두 하나님의 좋은 뜻이 있다”는 식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십자가는 고통을 미화하는 상징이 아니라 무고한 고통과 폭력이 얼마나 끔찍한 것인지 폭로하는 상징이기도 하다.

 

바울은 로마서 8장에서 피조세계 전체가 탄식하고 있다고 묘사한다. 인간만이 아니라 피조세계가 함께 신음하며 해방과 회복을 기다린다는 것이다. 성경은 현재의 세계를 이미 모든 문제가 해결된 낙원으로 말하지 않는다. 탄식은 현실이며, 희망은 그 현실을 부정하지 않은 채 그 너머를 바라보는 태도다.

 

그래서 기독교적 희망은 “모든 일이 잘될 것”이라는 낙관과 다르다. 희망은 고통이 실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고통과 악이 역사의 마지막 말은 아니라고 믿는 것이다.

 

그리고 이 믿음은 반드시 윤리로 이어져야 한다. 선한 하나님을 믿는다고 말하면서 타인의 고통을 외면한다면 그 신앙고백은 스스로 모순된다. “하나님은 왜 이 고통을 허락하시는가”라는 질문은 결국 “나는 지금 이 고통을 줄이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돌아온다.

 

“하나님이 선하다면 왜 고통이 존재하는가.”

 

이 질문에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단 하나의 답은 없다. 자유의지론은 도덕적 악의 가능성을 설명하지만 자연적 악의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다. 영혼 형성론은 고난 속에서 인간이 성장할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모든 고통을 성장의 도구로 해석할 수는 없다. 욥기는 고난의 비밀을 풀어주는 대신 인간이 모든 것을 알 수 없다는 사실과, 그럼에도 하나님께 질문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러므로 믿음은 모든 질문이 사라진 상태가 아닐 수 있다. 답을 얻지 못한 자리에서도 하나님께 질문하고, 사랑과 정의를 포기하지 않는 태도일 수 있다.

 

고난 앞에서 하나님을 묻는 행위는 하나님을 떠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믿는 하나님이 정말 선한 분인지 끝까지 묻는 행위일 수 있다. 그리고 그 질문은 우리 자신도 심문한다.

 

우리는 인간의 자유를 폭력으로 사용하고 있지는 않은가. 타인의 눈물을 신학적 문장으로 너무 쉽게 덮고 있지는 않은가. 막을 수 있는 악 앞에서 침묵하면서 “하나님의 뜻”만 말하고 있지는 않은가.

 

악의 문제는 하나님만을 향한 질문이 아니다. 인간을 향한 질문이기도 하다.

 

“하나님은 고통받는 사람 곁에 어디에 계시는가”라고 묻는 신앙인은 동시에 물어야 한다.

 

“나는 지금 고통받는 사람의 곁에 서 있는가.”

 

어쩌면 선한 하나님에 대한 가장 설득력 있는 증언은 고통의 이유를 완벽하게 설명하는 논리가 아니라, 고통받는 사람을 홀로 두지 않는 한 사람의 사랑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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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바꾸는 동화 신문 기자 kjh0788@naver.com
작성 2026.09.07 09:41 수정 2026.09.08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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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민희 칼럼] 나를 지키는 마음의 경계선 #곽민희강사 #블루인디고 #케이씨에스뉴스 #KCSNEWS

OpenAI DevDay 2026 Keynote (FULL)

박상돈 교수의 좌충우돌 성경신학[31] - 번역은 히브리어 성경으로, 편집은 헬라어 성경처럼!?

공산주의 사상 비판한 의원, 농지법은 다르다 맞선 장관

김병주 위원 똥별이라고 비하, 한동한 향한 사과 요구에 장관 반응은

규정 어기고 현금 지급했다는데... 제대로된 해명 못 하는 대법원

추경호 대구시장 초청토론회

K팝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멕시코 소녀팬들 만나 응원봉 흔든 이재명 대통령

[FOK 2026] 페이스 오브 코리아 라이징 부문 하이라이트

지지율 하락 이유를 묻자 이재명 대통령이 꺼낸 답은?

Debussy: Clair de lune | Menahem Pressler, piano

[조혜원칼럼]GRPI가 알려주는 팀 갈등의 진짜 원인 #조혜원강사 #케이씨에스뉴스 #KCSNEWS

좋은교육컨설팅, 건설 숙련인력 실기교사 양성과정 성료… #좋은교육컨설팅 #건설공제회실기교사양성과정 #주민정...

과천시 아동보호전문기관 정식 개소… “지역 아동 안전망 본격 가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