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cus 창작교육 칼럼] 4화: 노르웨이는 왜 초등학생에게 AI보다 읽고 쓰는 법을 먼저 가르치려 하나

AI 경쟁 속에서도 '성장의 순서'를 선택한 노르웨이

생각은 정답이 아니라 읽고 쓰는 과정에서 자란다

AI를 만나기 전, 먼저 키워야 할 아이의 진짜 힘, 상상력


목차
▪️ AI 경쟁 속에서 사용을 멈춘 노르웨이
▪️ 먼저 읽고 쓰는 힘을 갖게 하겠다는 결정
▪️ 나는 왜 아이들에게 빈 종이를 건넸을까
▪️ 자신의 이야기가 책이 되는 순간
▪️ AI 활용 교육보다 먼저 자기 생각을 가진 아이로
▪️[칼럼니스트 소개]
▪️[같이 읽으면 좋을 기사]


AI 경쟁 속에서 사용을 멈춘 노르웨이
노르웨이는 2026년 8월 시작되는 새 학년부터 초등학교 1~7학년, 즉 6세에서 13세 학생들의 학교 내 생성형 AI 사용을 원칙적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중학생은 교사의 지도 아래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고등학생은 생성형 AI를 적절하고 비판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세계 각국이 AI 교육 확대와 디지털 전환을 경쟁하듯 추진하는 지금, 노르웨이의 선택은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더 빠르게 AI를 가르치는 대신 가장 어린 학생들에게는 잠시 멈춤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요나스 가르 스퇴르 노르웨이 총리는 "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읽고 쓰고 셈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생성형 AI가 아이들이 교육 과정에서 반드시 거쳐야 할 중요한 단계를 건너뛰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밝혔다.


이 정책을 단순히 'AI를 금지했다'는 뉴스로 받아들이면 핵심을 놓치게 된다. 노르웨이가 멈춘 것은 기술이 아니라 교육의 순서였다. 초등 시기에는 기초학력을 충분히 다지고, 이후 발달 단계에 맞춰 AI를 배우게 하겠다는 취지다. 다시 말해 AI를 거부한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성장 순서를 우선시한 교육적 결단이었다.


왜 세계에서 가장 디지털 친화적인 나라 가운데 하나가 이런 결정을 내렸을까. 그 질문은 오늘 우리 교육이 함께 고민해야 할 질문이기도 하다.
 

아이가 연필을 잡고 펼친 팝업북 위로 불을 뿜는 색색의 종이 용과 알록달록한 나무들이 살아 튀어나오는 몰입의 순간을 묘사한 일러스트
<Pure Imagination>  = Prompted by The Imaginary Pocus, Generated by Midjourney
아이가 연필을 잡고 펼친 팝업북 위로 불을 뿜는 색색의 종이 용과 알록달록한 나무들이 살아 튀어나오는 몰입의 순간을 묘사한 일러스트 

 

먼저 읽고 쓰는 힘을 갖게 하겠다는 결정
읽기와 쓰기는 단순히 시험을 잘 보기 위한 기술이 아니다. 아이가 세상을 이해하고, 경험을 연결하며, 자신의 생각을 만들어가는 가장 기본적인 과정이다. 

 

아이는 글을 읽으며 다른 사람의 생각을 따라가고, 문장의 앞뒤를 연결하며 의미를 이해한다. 글을 쓸 때는 기억을 떠올리고, 무엇을 말할지 결정하고, 그 생각에 맞는 단어를 찾아 문장으로 옮긴다. 다시 읽으며 빠진 내용을 발견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지우고 고치는 과정도 반복한다.


이 시간은 결코 빠르지 않다. 한 문장을 쓰지 못해 오래 멈추기도 하고, 머릿속에는 많은 생각이 떠오르는데 적절한 표현을 찾지 못해 답답해하기도 한다. 생각은 앞서가지만 손이 따라가지 못해 중요한 장면이 빠지기도 한다.


그러나 바로 그 느린 시간 속에서 아이는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깨닫는다. 흩어져 있던 기억은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되고, 막연했던 생각은 문장이 되면서 비로소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다. 다시 읽고 고치는 과정에서는 자신의 생각을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보는 힘도 함께 자란다.


완성된 결과물만 보면 이 과정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없어도 되는 과정은 아니다. 오히려 아이의 사고력은 대부분 이 보이지 않는 시간 속에서 자라난다.


노르웨이가 지키려 한 것도 바로 이 느림의 가치다. AI가 더 뛰어난 답을 만들 수 있는지를 묻기 전에, 아이가 자기 힘으로 읽고 쓰며 생각을 만들어갈 기회를 충분히 경험하고 있는지를 먼저 살펴본 것이다. 기술을 배우기 전 기초와 순서를 헤아린 선택이었다.

 

나는 왜 아이들에게 빈 종이를 건넸을까
노르웨이의 소식을 접하며 나는 지난 25년 동안 아이들과 함께했던 창작교육의 시간을 오래 떠올렸다.
생성형 AI라는 말조차 없던 시절부터 나는 아이들에게 가장 먼저 빈 종이와 연필을 건넸다. 종이를 접어 작은 책을 만들고, 그 안을 자신의 이야기로 채워보게 했다. 논술을 잘하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아이들이 자기만의 상상의 세계를 먼저 만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입체적인 팝업 구조를 보여주면 아이들이 쉽게 이야기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달랐다. 아무리 화려한 만들기 기법을 보여주어도 자기 안에서 생각이 떠오르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았다. 게임을 하고 재미있는 활동을 더해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들은 즐거워했지만, 즐거움이 곧 상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오랫동안 그 이유를 고민했다.


그리고 한 가지를 분명하게 깨달았다. 아이들에게 먼저 필요한 것은 글쓰기 기술도, 화려한 만들기 활동도 아니었다. 자기 안에서 떠오른 작은 생각 하나를 끝까지 따라가 보는 경험이었다.


그래서 나는 수업의 중심을 결과물이 아니라 이야기로 옮기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고, 머릿속에 스쳐 지나간 장면을 붙잡고, 그것을 한 문장으로 적기 시작했다. 글을 쓰다가 막히면 그림을 그리고, 그림을 그리다가 새로운 장면이 떠오르면 다시 글로 돌아왔다. 그렇게 조금씩 자신의 이야기를 완성해 갔다.


한 권의 책은 종이를 접는 기술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아이가 자기 안에서 시작된 이야기를 끝까지 따라가며 스스로 완성해 보는 과정에서 비로소 탄생했다. 돌이켜보면 내가 25년 동안 아이들과 함께 지켜내고자 했던 가치도 바로 그 순간이었다. 상상이 시작되는 가장 처음의 찰나,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아이만의 머뭇거리며 적어 내린 첫 문장이었다.

 

자신의 이야기가 책이 되는 순간
아이들은 글을 쓰다가 막히면 그림을 그렸다. 그림을 그리다가 새로운 장면이 떠오르면 다시 글로 돌아왔다. 이야기가 길어지면 어느 장면을 덜어낼지 고민했고, 팝업 구조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형태를 바꿔 다시 만들어갔다.
어른이 정해준 답을 따라간 것이 아니었다. 무엇을 쓰고 그릴지, 어떤 장면을 펼쳐 보일지 아이 스스로 결정했다.
그렇게 탄생한 수많은 이야기는 작고 어설픈 책 모형 안에 담겨 당당히 세상에 존재했다.


“엄마한테 꼭 보여주고 싶어요.”
“다음에는 무슨 책 만들어요?”
나는 그때를 가장 행복하게 기억한다. 누구라도 그 재잘거림을 들었다면 아이들이 스스로의 결정과 노력으로 완성한 책을 얼마나 뿌듯해하는지 단번에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아이들은 신기한 입체 구조 하나를 완성했다는 사실만으로 기뻐한 것이 아니었다. 머릿속에만 떠돌던 상상이 글과 그림을 얻고, 한 권의 실체 있는 책으로 완성되었다는 사실에 흥분했다.


안타까운 것은 그 빛나는 순간을 온전히 지켜본 이가 대부분 나 혼자였다는 점이다. 아이가 가져간 책을 보고 부모들은 “잘 만들었네”라며 칭찬했겠지만, 그 결과물에 이르는 과정을 전부 보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얼마나 오래 머뭇거렸는지, 어디에서 막혀 고민했는지, 어떤 장면을 내려놓고 무엇을 새로 선택했는지 말이다.


완성된 결과물만으로는 아이가 통과해 온 생각의 깊이를 모두 가늠할 수 없다. 아이에게 진짜 남은 자산은 책 한 권이라는 형태가 아니었다. 생각이 떠오르지 않아 기다렸던 시간, 작은 아이디어를 놓치지 않으려고 붙잡았던 순간, 문장을 고치고 구조를 다시 설계했던 수많은 주체적 결정이 마음속에 남았다.


자신의 글을 직접 써본 아이는 한 줄의 문장이 얼마나 많은 사유와 시간 끝에 태어나는지 잘 안다. 자기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완성해 본 아이는 창작물이 결코 버튼 하나로 손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님을 터득한다. 앞서 다룬 아이만의 문체와 저작주권(저자성) 역시 이러한 경험의 토대 위에서 비로소 자라난다.

 

AI 활용 교육보다 먼저 자기 생각을 가진 아이로
노르웨이가 지키려는 것도 결국 이와 다르지 않다고 믿는다. AI를 언제부터 사용할 것인가보다 먼저, 아이가 자기 힘으로 생각을 시작해 본 적이 있는가를 묻는 일이다. 무엇을 검색하기 전에 무엇이 궁금한지, 무엇을 물어보기 전에 무엇을 상상하는지를 경험하게 하는 일이다.


AI는 앞으로 더 똑똑해질 것이다. 더 빠르게 글을 쓰고, 더 정교하게 그림을 만들며, 더 많은 답을 제시할 것이다. 그러나 아무것도 없는 빈 종이 앞에서 한 줄의 생각을 떠올리고, 그 생각을 이야기로 키워 한 권의 책으로 완성하는 경험만큼은 대체될 수 없다.


기술은 배우면 된다. 하지만 상상은 대신 살아줄 수 없다. AI 시대의 창작교육은 더 많은 기술을 가르치는 일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아이가 자신의 첫 번째 생각을 끝까지 믿어볼 시간을 지켜주는 일에서 시작된다.


그 시간을 충분히 경험한 아이만이 언젠가 AI를 가장 잘 활용하는 주체로 자라날 것이다. AI의 답을 그대로 받아오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으로 질문하고 판단하며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사람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칼럼니스트 소개]
책마법사(최상희)는 상상하는 인간을 연구하고 기록하는 스토리 아티스트이자 언론인이다. 30년 가까이 아날로그 창작 교육과 북아트를 통해 상상력의 가치를 탐구해 왔으며, 2023년부터는 생성형 AI와 새로운 창작 환경을 연구하고 있다. 인터넷 신문 The Imaginary Pocus를 창간해 '상상하는 인간 중심 저널리즘'을 바탕으로 인간의 상상력과 창작, 기술이 만나는 지점을 기록하며 시사와 문화, 기술을 잇는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같이 읽으면 좋을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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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6.08.04 08:53 수정 2026.08.10 10:48
Copyrights ⓒ The Imaginary Pocus.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최상희기자 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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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카메라로 사진만 찍으세요? 병원 영수증, 서류 1분만에 pdf로 스캔하세요 (앱 설치x)

최신 인공지능 구글 제미나이를 스마트폰에서 사용하는 방법 (How to use Google Gemini on...

제미나이 사용법 15가지 배운 후 직원 다 내보냈습니다. 구글 제미나이 역시 어마어마 합니다!!

[분양사기피해대책연합] 분양사기 피해대책 대국민 토론회 김용민 의원 발언

"최대 40~50%까지 할인해 드립니다!" 역대 최대 물가 안정 대책 발표

다시 태어난다면… 한국에서 살겠습니까? 김민석 대표, 승자독식 격차사회 정조준

외국인 연금 꼼수, 수년간 방치? 수년 간 계속 방치돼서 문제된 거잖아요!

좌파의 위선, 전형적인 가족 소득당! 장동혁, 용혜인 후보자 논란 정조준

[4K] 한 편의 영화, 말러 교향곡 제5번 G. Mahler / Symphony No.5 정명훈 지휘(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