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 눈부신 햇살 아래 마주한 우울, 무엇을 기록했나
▪️ 느린 호흡의 중형 카메라가 포착한 '살아있는 감각'
▪️ 물의 메타포와 빛의 대비로 풀어낸 《한낮의 우울》
▪️완벽한 해석보다, 관람객 각자의 마음에서 이끌어낸 멈춤의 시간
▪️ 8월 후쿠오카부터 이어질 여정, 세상을 향해 건네는 다정한 응원
▪️ [아티스트 소개: 사진작가 이시윤]
▪️ [전문 용어 사전]
지난 18일부터 23일까지 아트앤 갤러리에서 사진작가 이시윤의 개인전 《한낮의 우울》이 관람객들의 깊은 공감 속에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흔히 마음의 병을 캄캄한 어둠에 비유하는 것과 달리, 작가는 '눈부신 한낮의 햇살' 속에서 느끼는 낯선 감각을 렌즈에 담아냈다. 이시윤 작가는 인간 내면의 깊고 오래된 질문들을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세상과 다시 연결하며 치유되는 과정을 들려주며 짙은 여운을 남겼다.

눈부신 햇살 아래 마주한 우울, 무엇을 기록했나
작가는 세상의 리듬을 따라가지 못하고 멈춰 섰던 과거의 내밀한 시간을 고백하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우울은 짙은 밤에 찾아온다는 일반적인 통념과 달리, 그녀에게 가장 견디기 힘든 순간은 오히려 밝은 아침을 맞이하는 시간이었다.
정오의 골목이나 식은 햇빛처럼 사소한 장면들이 쌓여 이루는 낯선 풍경은 작가의 내면을 거울처럼 비추었다. 그녀는 "우울증을 앓던 시절의 나는 눈부신 햇살 속에서도 끝내 따뜻함을 느끼지 못했다"며 "빛이 가득한 한낮에도 마음 한 가운데에는 늘 그림자가 머물렀다"고 회상했다.
이 낯선 실체는 거대한 서사가 아닌, 일상 속 빛과 그림자의 경계에서 발견되는 지극히 사적인 감각으로 다가온다. 작가는 그 잃어버림 속에서 비로소 멈춰 서서 세상을 '보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사진은 그렇게 나를 대신해 침묵했고, 그 침묵 속에서 나는 오히려 가장 많은 말을 들을 수 있었다"는 고백처럼, 렌즈를 통해 마주한 세상은 그녀의 내면 그 자체였다.
느린 호흡의 중형 카메라가 포착한 '살아있는 감각'
이러한 내면의 풍경을 정직하게 담아내기 위해 작가가 선택한 도구는 중형 필름 카메라였다. 빠르고 편리한 디지털 방식 대신, 호흡이 느리고 조작이 까다로운 기기를 택한 것은 화려한 이미지보다 시선이 오래 머무는 사진을 지향하는 그녀의 철학 때문이다.
작가는 "카메라를 드는 일은 나에게 하나의 호흡이었다"며 "셔터를 누르는 일은 감정을 조용히 정리하는 일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디지털보다 느리고 불편한 방식이지만, 그 느림 속에서 마음이 머물 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녀에게 사진은 단순한 기록 매체를 넘어, 잃어버렸던 언어를 되찾고 '살아있는 감각'을 일깨우는 통로였다. 나아가 작가는 "이 작업은 나에게 치유의 결과가 아니라 치유의 과정 그 자체이다"라고 강조하며, 슬픔을 극복의 대상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긍정으로 받아들였다.
물의 메타포와 빛의 대비로 풀어낸 《한낮의 우울》
이번 전시는 작가의 철학을 구체화하여 크게 두 가지 파트로 나뉘어 기획되었다. 첫 번째 파트는 밝음과 어두움이 공존하는 장면을 통해 따뜻한 낮에 느껴지는 이질적인 감정을 시각화했다.
두 번째 파트는 강가를 배경으로 한 작업으로, 우울증을 겪을 당시 머릿속에 물이 가득 찬 것처럼 몽롱했던 감각을 '물'이라는 소재에 빗대어 풀어냈다.
빛의 부드러움과 그림자의 짙음이 교차하는 중간 영역, 그리고 무거운 감정의 흐름을 은유하는 물의 메타포는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었다. 이는 관람객으로 하여금 작가가 우울을 통과하며 견뎌낸 시간의 온도를 직관적으로 느끼게 하는 매개체가 되었다.

완벽한 해석보다, 관람객 각자의 마음에서 이끌어낸 멈춤의 시간
이러한 기획 의도는 실제 현장에서 관람객과 깊은 교감을 이루어냈다. 특별한 부대 행사나 이벤트 없이 오직 작품 자체에 천천히 집중하도록 유도한 전략이 주효했다.
작가는 "내 사진이 그저 누군가의 하루를 잠시 멈추게 하고, 그 멈춤 속에서 자신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며, 관람객이 강요된 해석 없이 각자의 감정과 마주하길 바랐다고 짚었다.
전시장을 찾은 이들은 작품 앞에서 저마다의 상처와 기억을 떠올리고 조용한 멈춤의 시간을 가졌다. 작가의 사적인 고백이 타인의 마음을 두드려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보편적인 공감의 장으로 확장된 것이다.
8월 후쿠오카부터 이어질 여정, 세상을 향해 건네는 다정한 응원
개인전의 여운을 뒤로하고 이시윤 작가는 더 넓은 무대에서 대중과의 만남을 착실히 준비하고 있다.
다가오는 8월 일본 후쿠오카 시립 미술관에서 열리는 한국 현대 미술전을 비롯해 10월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광주 국제 아트페어, 12월 코엑스에서의 서울아트쇼, 그리고 내년 1월 CICA 미술관 국제전까지 굵직한 일정이 부지런히 이어진다.
그녀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지금도 우울이나 여러 이유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분들이 잘 버텨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며 "이 전시가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자, 다시 하루를 살아갈 작은 힘이 되었으면 합니다"라고 진심을 전했다.
멈춰 있던 시간 속에서 카메라를 통해 살아있는 감각을 되찾은 작가의 여정은, 이제 개인의 방을 넘어 세상을 향한 다정한 응원으로 나아가고 있다.
[아티스트 소개: 사진작가 이시윤]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내면의 감정을 정직하게 기록하는 시각예술가다.
2026년 상반기에 리수 갤러리 《새해를 여는 아침 展》, 갤러리 엠 《JBmik 선정 작가 공모전》, House of photography 《후지필름 더미북》, 마르갤러리 《봄에 봄, 새로운 꿈》 등 다수의 기획전 및 공모전에 연이어 참여하며 탄탄한 활동 기반을 다졌다.
일상을 스치는 빛과 그림자의 경계를 포착하며 내면의 감정을 정직하게 기록하는 사진작가다. 화려한 이미지보다 시선이 천천히 머물 수 있는 느린 호흡의 사진을 지향한다. 2026년 리수 갤러리 단체전을 시작으로 제17회 뱅크 아트페어, 아트페어 대구, 서울아트살롱 등에 참여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아트앤 갤러리에서 개인전 《한낮의 우울》을 마쳤으며, 다가오는 8월 후쿠오카 시립 미술관에서의 전시와 12월 서울아트쇼, 2027년 CICA 미술관 국제전 등을 통해 국내외 대중과 지속적으로 교감할 예정이다. 아티스트 채널- 인스타 @_bean_22
[전문 용어 사전]
▪️ 중형 카메라: 일반 35mm 필름보다 큰 판형의 필름을 사용하여 해상도가 높고 심도 표현이 풍부하지만, 조작이 느리고 까다로워 촬영 시 깊은 집중을 요하는 아날로그 카메라 시스템.
▪️ 메타포: 어떤 대상을 다른 대상에 빗대어 표현하는 은유적 수사법으로, 본 전시에서는 '물'을 통해 우울증 당시의 몽롱하고 무거운 감각을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 더미북: 정식 출판 전 가본 형태로 만들어보는 사진집이나 책의 초안을 뜻하며, 작가의 작품 배열과 서사를 미리 점검하는 중요한 단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