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 장애예술 융복합전 '미디어 술래', 보조를 넘어 표현의 언어로
▪️ 장애예술과 만난 AI, 어떻게 능동적 파트너가 되었나?
▪️ 비장애 중심 창작 도구의 재발명과 비표준적 전유
▪️ 몸의 다양성이 창의성 교육에 던지는 윤리적 과제는?
▪️[상세 전시 정보]
▪️ [전문 용어 사전]

장애예술 융복합전 '미디어 술래', 보조를 넘어 표현의 언어로
지난 16일, 서울 모두미술공간에서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주최로 장애예술 융복합전 《미디어 술래 術來》가 개막했다. 이번 전시는 8월 21일까지 이어지며, 곽요한과 김유석 등 11명의 예술인이 참여해 인공지능(AI)과 로봇 키네틱 등 첨단 매체를 활용한 작품을 선보인다.
기존 장애와 기술전이 디지털 기술을 단순히 신체적 한계를 극복하는 수단으로 다루었던 것과 달리, 이번 전시는 비장애인 위주로 설계된 AI 창작 도구가 예술가의 고유한 지각 경험을 거쳐 새로운 창작 언어로 탈바꿈하는 쟁점을 심층적으로 조명한다.
이를 통해 그동안 평균적인 신체에 맞춰져 있던 공공 보조 기술과 창작 인터페이스의 기준이 앞으로 신체의 다양성을 포용하는 방향으로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장애예술과 만난 AI, 어떻게 능동적 파트너가 되었나?
전시명 '술래'는 기술이 예술가의 의도를 뒤에서 수동적으로 따르는 기구라는 고정관념을 뒤집으며, 작가의 숨겨진 감각을 이끌어내는 능동적인 파트너로 작용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실제로 뇌경색 이후 변화된 신체적 조건이나 각기 다른 지각 방식을 지닌 장애예술인들은 인공지능과 인터랙티브 설치 매체를 통해 자신만의 감각 매핑을 시도한다.
일례로 박성민 작가는 청각장애 무용수 강혜라의 움직임을 즉각적인 소리로 변환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이요 작가는 모터의 진동과 마찰음을 캔버스에 옮겨 소리와 흔들림을 촉각적으로 경험하게 만든다.
여기에 장애·비장애 연주자로 구성된 챔버앙상블 에이블뮤직그룹(공민배·김윤세·이현성·장미솔)의 협업 퍼포먼스까지 더해져 서로 다른 몸이 음악을 통해 연대하는 의미를 전한다.
이러한 비표준적인 데이터 수집 결과물은 첨단 기술이 단지 부족함을 채우는 장치에 머무르지 않고, 잠재력을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올리는 동반자로 기능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비장애 중심 창작 도구의 재발명과 비표준적 전유
현장에서 특히 주목받는 지점은 철저히 비장애인의 인지 구조에 맞춰 개발된 시스템이 비표준적 전유를 거치는 도구 재발명의 과정이다.
참여 작가들은 미디어 아트와 로봇 제어 시스템의 원래 설계 의도를 벗어나, 자신들의 신체적 특성에 맞게 해킹이나 튜닝 같은 기술 변용을 실행한다.
김유석 작가는 식물 모티프의 로봇 구조물과 인공 태양을 활용해 보이지 않는 바람과 숲이 만나 소리를 내는 풍경을 시각화했으며, 박유석 작가는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순환하는 빛과 소리의 변화를 이끌어내며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탐구한다.
초기 개발자가 상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기기를 조작함으로써, 차단되었다고 여겨진 감각들이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예술 작품으로 탄생한다.
이러한 재구성은 단지 예술적 성취를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현재 상용화된 디지털 기기들이 얼마나 특정 신체 표준에 편향되어 있는지를 역설적으로 증명하는 사례로 볼 수 있다.
몸의 다양성이 창의성 교육에 던지는 윤리적 과제는?
전시장에 구현된 비표준적 창작 사례들은 곧장 우리 사회의 창의성 교육과 정책 영역으로 중요한 화두를 옮겨온다. 지금까지의 기술 설계 윤리와 예술 교육 담론은 대개 평균적인 신체를 기준으로 삼아 왔으며, 접근성 역시 완성된 결과물에 부가적인 장치를 덧붙이는 수준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번 전시는 설계 초기 단계부터 몸의 다양성을 핵심 변수로 포함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정책 제안을 던진다. 실제로 전시 기간 중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소리의 진동과 감각의 다양성을 직접 체험하게 하는 교육 프로그램 '소리-모양-우리'가 운영되며 이러한 대안 교육의 실증 사례를 보여준다.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이사장은 "기술과 예술이 교차하는 상호작용 속에서 장애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예술을 통해 서로 연결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장애예술인의 언어로 재발명된 도구들이 제시하는 포용적인 미래는, 직접 전시장을 찾을 관람객들에게 한계 없는 표현의 확장을 생생하게 확인시켜 줄 것으로 기대된다.
[모두미술공간]
모두미술공간은 장애예술인들의 창작과 발표를 지원하는 시각예술 전문 공간이다. 기획 전시, 대관, 공모, 참여 프로그램 등을 통해 장애예술인과 기획자, 매개 인력 등 다양한 예술 주체를 발굴하고 이들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 있다.
[전문 용어 사전]
▪️ 미디어 술래 術來: 기술이 창작을 수동적으로 보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장애예술가의 감각을 이끌어내는 능동적 파트너임을 의미하는 전시명.
▪️ 비표준적 전유: 비장애인의 신체에 맞춰 설계된 기기를 장애예술인이 자신만의 고유한 방식으로 해킹하거나 튜닝하여 새롭게 활용하는 방식.
▪️ 감각 매핑: 뇌경색 등 다양한 이유로 변화된 지각 경험 데이터를 인공지능 등의 기술을 활용해 시각이나 청각 예술로 재구성하는 과정.
▪️ 로봇 키네틱: 동력을 이용해 움직임을 구현하는 예술 작품에 로봇 제어 기술을 결합하여 관람객에게 새로운 지각적 상호작용을 제공하는 창작 매체.
[상세 전시 정보]
▪️ 전시명: 2026 장애와 기술전 《미디어 술래 術來》
▪️ 전시 기간: 2026년 7월 16일 ~ 2026년 8월 21일
▪️ 전시 장소: 모두미술공간, 서울특별시 중구 한강대로 416 별관 5층
▪️ 주최 및 주관: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 관람 시간: 월요일~토요일 10:00 ~ 18:00 (입장 마감 17:30)
▪️ 휴관일: 매주 일요일 및 8월 17일
▪️ 관람료: 전면 무료
▪️ 참여 작가 (총 11명): 곽요한, 김유석, 박성민, 박유석, 박은영, 이요 (이상 주요 융복합 매체 작가), 강혜라, 공민배, 김윤세, 이현성, 장미솔 (이상 퍼포먼스 협업 아티스트)

















